

정혜정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한국협상학회 고문
[전문가에게 묻다, 첫번째] 고집 뒤에 숨은 ‘진짜 마음’을 찾는 기술- 갈등을 ‘싸움’이 아닌 ‘퍼즐’로 바꾸는 협상의 힘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협상’을 하며 살아간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일부터 동아리 운영 방식을 논의하는 예민한 문제까지, 서로의 의견이 부딪히는 모든 순간이 협상이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이 협상을 ‘내 주장을 관철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일’ 혹은 ‘적당히 손해를 보며 양보하는 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협상의 고수들은 말한다. 협상은 상대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숨겨진 서로의 진짜 마음을 꺼내놓는 대화라고 말이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개념은 ‘요구(Position)’와 ‘욕구(Interest)’를 구분하는 것이다. ‘요구’ 는 겉으로 드러나는 입장이나 주장이고, ‘욕구’는 그 요구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다. 예를 들어, 수행평가 모임 장소를 두고 “카페에 가자”는 민수와 “학교 도서관이 낫다”고 맞서는 지호를 떠올려 보자. 두 친구가 ‘장소’라는 입장만 고수한다면 대화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진짜 이유’를 찾는 질문이다. 알고 보니 민수는 “자유롭게 간식을 먹으며 토론하고 싶어서” 카페를 원했던 것이고, 지호는 “요즘 용돈이 부족해 지출이 부담스러워서” 도서관을 고집한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진짜 이유를 결합하면 어떨까? ‘음식 반입이 가능하면서 이용료가 없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라는 제3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로가 만족하는 ‘윈-윈(Win-Win)’의 핵심이다.
이러한 협상의 원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했다.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라는 땅을 두고 수십 년간 전쟁을 벌였다. 이집트는 “우리 땅이니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스라엘은 “안보를 위해 절대 줄 수 없다”며 맞섰다. 해결 불가능해 보였던 이 갈등은 서로의 ‘진짜 이유’에 집중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이집트가 원한 것은 땅에 대한 ‘주권’이었고, 이스라엘이 원한 것은 적군으로부터의 ‘안전’이었다. 결국 “땅은 이집트에 돌려주되, 그곳을 군대가 없는 비무장지대로 만든다”는 합의를 통해 두 나라는 주권과 안전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꽁꽁 숨겨진 ‘진짜 속마음’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가장 강력한 도구는 바로 ‘질문’이다. 단, “왜 안 돼?”라고 따지듯 묻는 것이 아니라 공감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뭔지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뭐야?”라고 진솔하게 물어보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질문은 상대방의 패를 뺏어오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이 편안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앞으로 친구나 가족과 의견이 충돌할 때, 무작정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질문을 던져보자. 갈등은 상대를 이겨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함께 풀어야 하는 흥미로운 퍼즐이 될 것이다.
정혜정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한국협상학회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