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기 한국저작권위원회 부장·한국협상학회 이사
[전문가에게 묻다, 세번째] 청소년기 ‘갈등’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청소년기는 하루하루가 ‘갈등’의 연속이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간, 학교나 학원 친구 간 등 여러 관계 속에서 ‘갈등’이라는 존재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페르소나(Persona)’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서로의 사소한 의견 차이나 대화 속 미묘한 뉘앙스 차이만으로도 ‘갈등’의 씨앗이 쉽게 뿌려지곤 한다.
청소년기에 이러한 ‘갈등’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한다. 하나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이를 회피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모두 바람직한 갈등 해소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가 오래전 저작권 분쟁 조정 업무를 수행하며 배운 것이 한 가지 있다.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번진 심각한 분쟁과 갈등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성명표시권’이나 ‘동일성유지권’과 같은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서로에 대한 작은 인격의 상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 가기 위한 첫걸음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데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차분히 들을 수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해결점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청소년기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배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이다.
매일 찾아오는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자. 청소년기의 갈등은 상대방을 이기거나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놓고 볼 때 서로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갈등’을 겪고 있는가?”,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다. ‘갈등’은 매일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삶의 한 단면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협상 기술’을 배워 나갈 수 있는지에 있다.
‘협상 기술’을 어른들만 하는 어렵고 전문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갈등에 봉착했을 때 잠시 시간을 갖고,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의 과정 자체가 곧 협상 기술이다.
예를 들어 조별 과제 중 의견 차이로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나는 이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내가 맡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네가 해 줄 수 있을까?”라고 말해 보는 것 또한 유용한 협상 기술이다. 이때 무엇보다 전제되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 주는 ‘경청의 기술’이다.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3자의 입장에서 ‘조정’이나 ‘중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청의 기술은 더욱 빛을 발한다. “A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니?”, “B는 어떤 부분이 마음이 아팠니?”와 같이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갈등의 원인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고, 그 자체로 이미 문제 해결의 절반은 이루어진 셈이다. '조정자(Mediator)'나 '중재자(Arbitrator)'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모두 경청한 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이제 청소년기에 ‘갈등’을 만났을 때 오히려 기뻐해 보자. 청소년기의 갈등은 상대방을 이기거나 회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갈등’을 통해 성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협상 기술의‘지혜’를 배워 가는 여러분이 되기를 응원해 본다.
박인기 한국저작권위원회 부장·한국협상학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