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높은산세줄나비 (우) 큰주홍부전나비 >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2080년이면 남한에 서식하는 나비 중 34종이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의 개체 수 변화를 보이고, 이중 30종은 멸종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은 1일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GIS공간분석 기법을 적용해 남한에 서식하는 나비 158종의 분포변화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공단이 2011~2012년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남한에 서식하는 나비류 212종 중 개체가 너무 희귀하지 않아 통계적 처리에 유의성을 갖는 158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결과, 조사대상 158종의 약 18%인 높은산세줄나비, 큰주홍부전나비, 대왕팔랑나비 등 30종은 2080년 멸종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높은산세줄나비’는 기후변화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 2080년에는 남한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 이북지방에서 주로 확인되는 ‘큰주홍부전나비’의 경우, 2030년까지 일교차가 커지다가 2050년부터 일교차가 줄어드는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2030년대까지는 분포범위가 남하해 충청도 일대까지 분포하다가 2050년대 이후에는 서서히 감소돼 2080년이면 멸종위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공단은 연구결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난 나비류 34종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한편, 공단은 기후변화모니터링 사업으로 나비의 분포변화 예측과 더불어 지난 2년 간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개엽시기 변화도 조사했다.
주요삼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갈나무를 관찰한 결과, 남부지역에 위치한 월출산국립공원에서는 2011년에 비해 2012년 첫 개엽시기가 4일 빨라졌으며, 중부권에 위치한 덕유산에서도 6일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기온, 강수량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조사지역의 4~5월 월평균 기온이 2011년보다 2012년에 0.7℃~1.5℃ 높았고, 4월 강수량도 2012년이 39.5mm~ 59.1mm 많았다.
국립공원연구원 권혁균 원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모두 현재 한반도에 널리 분포하며 우리 환경과 높은 친화력을 보이고 있는 생물을 대상으로 확인돼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로 인한 생태계의 위협정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설명하며, “국립공원에서는 2010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변화를 관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과학적인 예측과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현장의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