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은 선행학습 예방계획을 수립하고 대학별 고사에서 선행학습 영향평가 실시 등을 골자로 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이 추진된다.
이와 관련,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학교시험 출제가 지나치게 난이도가 높은 교육과정이 선행학습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8일 전라북도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는 선행학습 규제방안을 놓고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선 류정섭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
안상진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이 발제자로 나왔다. 발제내용을 요약한다.
과도한 선행학습 수요 줄이기 위한 학교의 역할 강화
류정섭 과장: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과도한 선행학습이 학생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고,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선행학습 유발행위 금지법률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는 지난 4월 30일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민주통합당 이상민 의원이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공교육정상화촉진법(안)은 과도한 선행학습 수요를 줄이기 위한 학교의 역할을 강조하여 교원, 학생 및 학부모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학교의 장은 선행학습 예방 목적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선행학습의 예방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 △학교의 입학전형은 해당학교 이전단계의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 실시하고, 동 입학전형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 실시 및 그 결과를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 반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선행교육 심의?조사하는 교육과정운영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고교교육과정 벗어난 대학별 고사, 선행학습 부추겨
안상진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은 크게 △정책 및 제도 요인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효과 △수요자의 의식 등을 들 수 있다.
<선행학습 유발요인>
선행학습 유발요인 |
내용 | |
(1) 정책 및 제도 요인 |
개별 학교 수준 |
①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학교 시험 |
② 개별 학교의 속진(速進)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 ||
③ 정상적인 교육과정 수준을 뛰어넘는 대학별고사와 대입전형 | ||
정부 수준 |
④ 양과 난이도가 높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 | |
⑤ 점수 위주의 높은 변별력을 요구하는 수능제도와 대입반영 방식 | ||
⑥ 상대평가 내신제도에 따른 획일적인 평가 | ||
(2)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효과 |
수요자의 경쟁과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선행학습 수요를 조장하는 마케팅 | |
(3) 수요자의 의식 |
경쟁과 불안 심리 등 |
분야별로 보면, 초기의 선행학습이 주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로부터 유발되었다면, 최근에는 초중고 각 학교에서 실시되는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학교시험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교과는 역시 선행학습이 가장 심각한 영어와 수학이다. 영어 교과의 선행학습이 조기교육 형태가 두드러진다고 한다면 수학 교과에 있어서는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그 선행학습의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특히 고등학교 자연계열에 있어서는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도 대부분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특목고 입시가 선행학습을 유발하였다면, 특목고 입시가 개선된 이후 최근에는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를 비롯한 대학별고사가 과도한 선행학습 경향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주요 대학의 2013학년도 자연계 논술고사에 출제된 182문제를 전부 분석한 결과 68문제가 대학교과수준에서 출제되었다. 특히, 연세대 70%, 고려대 67.5%, 홍익대 54.5%, 서강대 50%는 반수 이상의 문제를 대학 과정에서 출제하여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함이 드러났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가 높아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고교의 수학 교과이다. 고교 1학년에서 학습하는 양과 난이도가 중학교
3학년에 비하여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면서 느끼는 부담과 함께, 수능 대비를 위해 가뜩이나 많고 어려운 고교 2,3학년의 교육과정(특히 자연계열의 경우)을 최소한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이전까지는 마쳐야 한다는 압축학습에 대한 부담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측면이다.
선행학습 유발요인과 관련, 사교육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사교육 시장에 선행학습 상품이 등장하게 된 것은 특목고 입시라는 정책 및 제도 요인 때문이었지만, 선행학습 사교육이 확산되고 보편화되는 과정에서는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시장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사교육 시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경쟁과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선행학습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잘못된 정책 및 제도 요인으로 발생하는 실제의 필요보다도 훨씬 늘어난 거품 수요를 만들어 낸다. 사교육 시장이 선행학습 상품 마케팅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사교육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선행학습 상품은 여러모로 ‘효자’ 역할을 하며,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