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UN은 4월 2일을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로 정했다. 그러나 해마다 그맘때쯤 들려오는 국내 자폐증 관련 뉴스는 어둡기만 하다.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와 그 부모들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막막한 치료와 앞날에 부모는 아이와의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은 평생 말을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은 중증자폐아 딸을 응용행동분석으로 직접 교육시켜 말문을 열어준 한 아버지가 진솔하게 써 내려간 3년간의 기록이다.
딸이 자폐증 선고를 받은 후의 절망, 부모의 애정이 부족해 딸이 자폐증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의 싸움, 응용행동분석이라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만났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인한 금전적 고통, 냉철한 훈련 과정, 급기야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극심한 우울증에 걸린 일 등 딸과 자신의 인생을 위해 현실에 맞서 고군분투한 한 아버지의 가슴 시린 경험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솔직한 고백은 자폐아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뿐더러 책에서 소개하는 ‘응용행동분석’은 발달 장애의 증상을 보이는 아이, 성장이 보통 아이보다 조금 늦은 아이, 공부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등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인생을 가로막는 암흑의 장벽에 한번쯤은 부딪친다. 그러나 ‘아이는 느려도 성장한다’의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의문투성이 인생에 숨구멍을 뚫어 활력을 되찾아주기 위한 초대장일 뿐이다.
진심을 다해 딸을 교육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딸의 성장에 대한 기쁨과 희망을 느끼고, 인생의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눈앞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 ‘자폐증’을 저주라고 생각한 저자는 이제 ‘자폐증’이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는다. 아무리 느려도 사람은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고. 그것은 딸 리카에게도, 저자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