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점을 두고 질문을 던진 것은 바로 피크전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고 그 결과 윤상직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기조를 '분산발전과 수요관리'에 두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이 후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전력거래소에서 수요관리사업자(DR사업자)가 전력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많은 분들의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을 한 결과였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논리적 뒷받침을 해 줄 결과였다.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수요관리사업라는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킨 것이다. 수요관리 사업자는 한마디로 전기를 절약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하는 사업자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전기를 줄일 수 있는 수요관리사업자도 일종의 발전소로 인식한다. 이들은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공장이나 백화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특정 시간에 약속한 만큼 전기사용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전력거래소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를 네가와트라고 부르는데 전기를 줄임으로서 생산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내일 날씨가 너무 더워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 전력거래소는 첨두발전사들에게 발전 요구를 한다.
이렇게 추가로 전력을 확보해 공급하는 것이 기존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법 통과 이후에는 전력거래소에 수요관리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게 됨으로서 네가와트 즉 전기를 줄이는 일종의 발전사도 거래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전력거래소는 공급을 받는 대신에 수요를 억제하는 수요관리사업자에게 전력구매비용을 지급하고 전기수요를 억제시켜 피크 관리를 하는 것이다.
수요관리사업자는 발전기가 없고 송전탑도 필요 없지만 발전사 역할을 한다. 이미 외국에는 이런 수요관리사업자가 여러 개 존재하며 미국의 에너녹과 같은 회사는 연간 4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기를 줄여서 돈을 번다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인해 늘 비용부서로 인식되던 전기부서가 매출 부서로서 대접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보다 합리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매니지먼트 시스템들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소 원자력 발전소 2-3개 정도의 네가와트 전력이 이미 확보된 상황이며 앞으로 그 용량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발전량 확대보다는 훨씬 효율적으로 자원관리를 하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마 앞으로 전력 예비율 감소로 인하 블랙아웃 걱정은 사라지게 되지 않을 까 싶다. 특히 발전량 감소로 인한 대형발전사의 고통은 좀 커질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전력수요의 효율적 관리나 분산 발전 등을 통한 사회갈등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수요관리의 기대효과이다. 이에 따른 신산업의 확대도 기대할 만하다.
그토록 반대를 하던 발전사들도 이제는 수요관리 사업자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해외 진출 시 동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공급을 하는 발전사들 입장에서는 전력 수요급증에 따른 블랙아웃 등을 늘 염려해야 하고 그에 따른 예비 율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은 비용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요관리사업자와 동반진출을 하게 되면 예비전력 관리도 원활해 질 뿐더러 블랙아웃 염려도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수요관리 사업자뿐만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보급이 늦어지면서 아주 정교한 자원관리가 안 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전의 1년 매출이 55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송전에 따른 손실 그리고 예비율 확보에 따는 손실 또한 도전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손실을 연간 5%만 잡아도 그 절감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전 세계의 에너지 판도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미래 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변화를 애써 왜면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현재 기득권자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버티다가 큰 변화가 밀어닥쳤을 때, 결국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지금 당장 고통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미래를 선점하는 지혜가 너무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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