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중·고등학교 만학도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2016-08-02 12:16:19

 

【 박 규환 기자 / 동아교육신문 】                    1일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 대전의 예지중·고등학교 앞에는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 탓인지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도로가에 위치한 학교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취재진을 반기는 것은 긴 현수막이었다.

 

 ‘자진사퇴 기자회견으로 학생과 시민을 기만하는 박OO은 물러가라!’

 

 이사장 박모씨의 부도덕한 학교운영 의혹과 시교육청의 감사, 이에 대한 갑질 행정으로 인한 학사파행. 땡볕아래서 수업을 들으며 학교 정상화의 의지를 불태웠던 평균 나이 60세가 넘는 만학도들이 5일간의 방학으로 자리를 비운 학교는 잠시나마 숨고르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인사를 하자 취재진을 향해 한 할머니가 말했다.

 

 “아이고 잘 왔어요. 내가 할 말이 많아요.”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부여에서 왔다는 할머니는 학교 생각만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교감 선생님이 파면된 것도억울한데 학생들까지 고소를 당했다”면서 “우리 학생들은 교감 선생님의 복직과 정상적으로 수업 듣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방학 중에 나오지 않았어야 할 선생님들도 모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교 사정에 대해 잘 아는 A교사는 “재단의 대응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방학 시행 전 가정통신문, 학교 내 공고문 2가지 부분에 대해 꼬집었는데 “학교 사정상 제때 배움을 기회를 얻지 못해가족들도 모르게 학교를 다녔던 분들도 계신데 4회의 가정통신문 발송으로 인해 비밀이 누설되어 많은 민원을 받고 있다”며 “공고문 또한 CCTV 확인결과 학생이 없는 시간대를 피해 외부인과 교장이 붙였다”면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십일조, 학교발전기금, 은행대출, 연말정산, 근로계약서 체결 등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많은 비리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시교육청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시교육청 감사자료 열람 결과 감사 시 교사들이 제기했던 문제점이 누락된 것에 대해서는 설동호 교육감과 박모 이사장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학이 끝나고 있을 시교육청의 ‘학교정상화를 위한 청문 절차’의 진행여부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2016년 8월 예지중·고등학교 주간 300여명, 야간 270여명 만학도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동아교육신문 / 박 규환 기자 / donga70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