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2년 8개월 동안 1,500만원을 저금한 정 모씨(32세. 남)가 경기도 노숙인 리스타트 저축왕에 선정됐다.
경기도는 3일,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주재로 경기도 노숙인 리스타트사업 저축왕 시상식을 갖고, 정 씨를 비롯한 11명의 노숙인 저축왕들을 격려했다.
'노숙인 리스타트(Re-start) 사업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노숙인 자활지원 사업으로 거리 노숙인 가운데 경기도가 마련한 쉼터 장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업이다. 주로 폐자원 등을 선별하는 재활용사업이나, 상추 등을 재배하는 영농일이 많다.
경기도는 이들의 사회 복귀와 주거 마련을 위해 수익금과 도 예산을 합쳐 일정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를 강제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정 씨를 비롯한 11명의 저축왕들은 강제 적립과 함께 저축을 성실히 실천해 온 사람들로 이날 시상식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에게는 경기 광역 자활센터에서 후원받은 예금보험공사 후원 상금 500만원이 부상으로 전달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정 모 씨는 도내 7개 노숙인 리스타트(자활)사업단에 자활 근로로 참여하는 노숙인 70여 명 중 1,5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저축을 기록한 사람이다. 노숙인 참여자 10여명과 함께 재활용 사업단에서 폐자원을 선별 및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가 경기도 및 시지자체의 지원금 등으로 받는 급여는 월평균 80여 만 원. 여기에 매월 6~10만 원의 수익금을 받는다. 2년 8개월째 일하면서 지금까지 모은 돈은 1천500여만원으로 그의 월소득 액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정씨는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며, 성실한 생활을 했지만 부친의 병환으로 인한 병원비 부담으로 가정 경제가 기울기 시작했다. 택시 회사에서 받는 수입으로 아버지를 부양하려 했지만, 아버지의 병환이 더욱 심각해져 택시회사를 그만두고 부친을 간병하며, 일용직을 전전해야 했다.
부친 사망 후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엄마와 동생과도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됐고, 지인에게 사기까지 당한 정 씨는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노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2010년 3월 정씨는 수원 다시 서기 지원센터를 통해 경기도 리스타트사업에 대해 알게 됐고 쉼터 입소 후 수원리스타트사업단에서 성실히 근무하며 저축한 결과, 2012년 저축왕 대상수상자로 선정됐다.
내년 봄, 리스타트사업 3년간의 참여기간을 마치고, 용접 기술자로 취업준비 중인 정 씨는 “저축한 돈으로 조그마한 전셋집을 얻고, 화목한 가정도 꾸리고 싶다. 그리고 취업에 성공한다면 무엇보다 헤어진 동생과 꼭 다시 만나고 싶다”라며 "신용불량 및 가정과의 단절로 인한 안개가 낀 듯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활시설과 리스타트사업단이 큰 등대와 같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류목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