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LA다저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37)가 과감한 볼 배합에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은 지난 1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6이닝 6피안타 3실점 9탈삼진 호투로 시즌 2승을 따냈다. 매 경기 거듭할수록 제구와 변화구의 각도가 날카로워지고 있는 류현진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도 기록했다.
“(3안타)류현진을 대타로 기용해도 되겠다”고 가볍게 농담을 던진 매팅리 감독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아 승리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날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직구 51개, 체인지업 31개, 슬라이더 14개, 커브 11개 등 107개의 공을 던졌다. 특히, 슬라이더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애리조나 강타선을 맞이해 빼앗은 삼진 9개 가운데 4개는 슬라이더로 따냈다. 가운데로 날아가다가 예리하게 옆으로 꺾이며 떨어지는 구질의 슬라이더였다.
애리조나 4번 타자 폴 골드슈미트 역시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던지고 싶을 때 다 던졌다. 적절한 볼배합으로 타자들의 밸런스를 빼앗았다. 그것이 애리조나의 패인"며 류현진 투구를 인정했다.
공 하나하나 류현진과 사인을 주고받은 포수의 평가는 더 생생했다. 이날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룬 라몬 에르난데스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과감한 볼배합”이라고 평가하며 "류현진은 언제든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공을 잘 던졌다. 그리고 언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지능적인 투수“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의 베테랑 포수인 에르난데스는 지난 8일 애런 하랑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콜로라도에서 다저스로 건너왔다. 1999년 오클랜드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1509경기 타율 0.264 166홈런 751타점을 기록했다. 2000~03년 오클랜드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는 팀 허드슨-마크 멀더-배리 지토의 공을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경기 후 류현진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4가지 구종을 고루 던졌다. 특별한 공은 없었고 상황에 따라서 포수와 상의해 거기에 맞는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털털한 듯 보이려 말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2경기를 통해 볼 배합을 깊이 연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애리조나가 전진 배치한 우타자들을 상대로 체인지업 빈도를 줄이고 슬라이더로 위닝샷을 택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된 능동적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주효했다.
악으로 깡으로 객기로 던진 게 아니다. 결국,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포수도 놀랄 정도의 볼배합으로 타자를 요리한 류현진의 진정한 비기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