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방송한 KBS2 '직장의 신'이 또 한 번 계약직의 아픔을 다뤘다. 이번에는 여직원의 임신과 계약직과 정규직 사원의 사내연애 문제였다.
이날 방송에선 와이장 그룹 마케팅 영업부의 5년 차 계약직 직원 박봉희(이미도 분)가 황갑득 부장(김응수 분)에게 긍정적인 재계약 신호를 받는 장면이 그려졌다. 동료 여직원이자 역시 계약직인 오지랑(송지인 분)과 연다라(이소윤 분)는 "남은 한달 동안 사고 안 치고 임신만 하지 않으면 재계약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박봉희를 축하했다. "병원에 가야한다"며 두 사람의 축하 파티 제안을 거절한 박봉희는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진단을 받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며 행복과 불안이 함께 느껴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박봉희의 애 아빠는 바로 같은 회사의 구영식 대리(이지훈 분)였다. 마케팅 영업부의 '톰과 제리'라고 불릴 만큼 앙숙으로 알려졌지만, 두 사람에겐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사내연애였다. 박봉희와 구영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달콩이(아이의 태명)가 크면 모델을 시키겠다', '탤런트를 시키겠다' 등 행복한 상상을 펼쳤지만, 금세 위기가 찾아왔다. 다음날 열린 회사 체육대회에서 영식이 날아오는 공에 맞을뻔한 봉희를 몸을 날려 구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임신 사실이 직장 동료에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들은 축하해줬지만, 장규직 팀장(오지호 분)만 "회사를 속이고 계약을 하려 하다니 당장 부장에게 알리겠다"며 화를 냈다. 무정한(이희준 분)과 다른 동료들이 장규직을 설득했지만, 그는 완고했다. 결국, 미스김(김혜수 분)이 나서 "장규직과 씨름 경기를 해서 자신이 이기면 재계약이 이뤄지는 한 달 동안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당신이 이기면 부장에게 보고해도 좋다"며 내기를 제안했다.
첫 판은 미스김의 승리, 다음 경기는 장규직이 승리하며 마지막 한 판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에서 동료들은 일방적으로 미스김을 응원했다. 봉희의 재계약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 장규직은 일부러 샅바를 놓치며 패했다. 와이장 그룹 직원들은 봉희와 영식의 사내연애와 임신을 축하하는 뒤풀이를 열었고 장규직은 쓸쓸하게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장규직을 찾아온 미스김은 "왜 일부러 져 줬냐"고 물었고 이에 장규직은 "나한테도 내 업무라는 게 있다. 회사의 편에 서서 회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 그게 멍청해보일지 몰라도 내 업무다. 오늘도 난 내 업무에 충실했을 뿐이다"는 답을 남겼다.
'직장의 신'은 정규직-비정규직 차별문제부터 월급을 받자마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88만원 세대'의 아픔, 여직원의 '생리 휴가'문제 등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여전히 임신을 숨겨야 하는 계약직의 현실에 '직격탄'을 날리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직장의 신'이 다음에는 어떤 현실을 과감히 드러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사진출처 : KBS2 '직장의 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