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위안부 할머니 일대기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으로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한 일본어판은 일본 아베 총리,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등 일본 정계?교육계, 그리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해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교육청(교육감 고영진)은 13일 전국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 교육자료 일본어판을 출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창원우체국에서 일본 아베총리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일본 정계와 교육계에 전달하고 오전 11시 고영진 경남교육감이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잇따라 개최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일본어판 교육 자료는 국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96?통영 거주) 증언록 ‘나를 잊지 마세요’ 일대기, 교사용 지도서,
영상세대 학생들을 위한 다큐멘터리 동영상 CD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복득 할머니는 1918년 통영 태평동 출신으로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일본의 ‘취업 사기’에 속아 ‘위안부’ 피해자가 됐으며 통영 강구안에서
배에 실려 간 후 약 7년간의 지옥과 같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고영진 교육감은 13일 오전 10시30분 창원우체국을 방문, 위안부피해자 문제에 대해 강제동원 증거를 요구한 하시모토 오사카시장, 아베 신조 총리,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등 일본 정계 지도자와 시모무라 문부과학성대신,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교육장, 반기문 UN사무총장 앞으로 직접
교육자료를 발송했다.
이어 고영진 교육감은 오전 11시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일본 정계, 교육계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친필 편지를 직접 낭독했다.
이 자리에서 고영진 교육감은 일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아울러 역사적 진실에 기초한 올바른 역사교육을 요구했다.
고영진 교육감은 이어 오후 2시30분 통영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비 앞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국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와 함께
도서 헌정식을 가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증언록 ‘나를 잊지 마세요’는 지난해 8월 24일 고영진 교육감이 통영 김복득 할머니 위문 때 “할머니의 증언록을
만들어 학생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는 제의했으며 김복득 할머니가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
이 후 경남 학교 현장 역사, 국어 교원을 중심으로 ‘집필위원회’를 구성해 약 6개월에 걸쳐 집필이 이뤄졌으며 지난 3월 7일 한글판을 출판했다.
도교육청은 자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집필 원고를 대일항쟁기위원회, 한국여성사학회 등의 전문가 감수를 거쳐 만들었다.
도교육청은 출간한 일본어판을 일선 학교 교사들을 위한 교사용 지도자료집을 초등학교용 6차시 분량, 중등학교용 6차시 분량 등 총 12차시 분량으로 구성된
교사용 지도자료집을 만들어 일본에 있는 모든 한국교육원 및 한국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경남교육청 고영진 교육감은 “독일은 과거의 반성을 통해 선조의 과오 속에서도 지금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면서“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을 때
역사의 진실에 입각한 진정어린 사과와 진실에 입각한 올바른 후세교육을 바란다”고 일본에 촉구했다.
고영진 교육감 편지
하시모토 일본 오사카 시장님 귀하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본인은 대한민국 경상남도교육감 고영진입니다.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 무더워집니다. 동북아시아에 함께 한 일본과 중국 또한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기상재해로 모두 어렵고 힘든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도 함께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일·중 동북아 삼국의 공존과 공생을 생각해봅니다.
하시모토 시장님, 올해도 8월이 왔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8월이 유난히 더 뜨거운 2013년, 광복 68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에는 많은 분들이 당시 상처의 흔적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역사가 왜곡되면서 과거가 부끄러운 시간으로 묻혀지고 잊혀져 갑니다. 이제는 이미 여든, 혹은 아흔이 되어버린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소녀들의 절규도 목이 쉬어갑니다.
하시모토 시장님,
역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입니다. 조상들이 남긴 과거의 흔적은 비록 그것이 오욕과 분노, 치욕의 역사일지라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진실에 입각하여 인식하고 그리고 후세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지난 3월 이제 96세의 국내 최고령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의 생생한 기억으로 ‘나를 잊지마세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그리고 8월 13일 ‘나를 잊지 마세요’ 일본어판을 출간하여 일본 아베 수상을
비롯하여 일본 교육계 지도자, 반기문 UN사무총장, 주일 한국학교 및 교육원, 주일 대사관 및 거류민단 등에 보냅니다.
역사 정립을 위해 과거의 아픈 상처를 할머니의 구술로 증언한 책은 일본의 강점과 나라 잃은 백성이 당했던 인권유린의 아픔을 후손들이 바로 알게 해주는
역사교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김복득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일본에게 역사적 책임과 반성을 촉구합니다. 역사적 책임감이란 자신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오늘을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직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조상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후손들이 사죄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을 의무로 여기는
독일은 과거의 반성을 통해 선조의 과오 속에서도 지금 존경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 그 모습,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이
미국에도 세워졌습니다. 기록과 보존을 통해 역사는 흔적을 남기며 세대를 초월하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 소중한 가치가 될 것입니다.
이제「나를 잊지 마세요」가 백성의 삶은 국가의 번영과 평화에 의해 담보되지만 힘없는 나라 백성의 삶이라도 당연히 대우받고 존중되어야 하는
소중한 인권임을 상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우리 경상남도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일본의 피해 복구를 돕고자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금통의 동전까지 다 털었던 초등학생의 마음과 함께 경남에서만 약 6억 원의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본인은 이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한·일 양국이 결코 먼 나라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할 줄 아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진화된 의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일본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강국 일본의 발전을 견인하는 국민정신이 이웃한 주변국들에게 더 큰 가르침이
되어 동북아시아의 나라들이 함께 인류공영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미래는 더불어 함께 사는 공존의 시대가 되어야합니다. 우리가 교육으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 또한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입니다.
이제 글로벌 강국 일본은 오욕의 역사지만 인정하고 반성할 줄 아는 품격 있는 자세로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해야
할 때입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는 “일본이 사과 한마디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할 텐데…”라고 출판기념회서 내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제 할머니들은 잘못된 과거를
일본의 참회를 통해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눈물이 그칠 수 있는 날을 이제 시장님과 함께 기원하고 싶습니다.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노력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되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2013년 8월 13일
경상남도교육청 교육감 고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