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을장터, ‘영등포 달시장’ 제4회 개장 2013-09-23 09:33:10
27일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올해 네 번째 ‘영등포 달시장’이 열린다.

2011년에 처음 선을 보여 3년째, 올해 역시 지난 5월 개장한 이래 매회 2천 5백여 명이 오고가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벌써 올해 9월, 10월 단 두 차례만을 남겨 놓고 있는 달시장. 그래서 가을밤의 정취 물씬한 이번 9월에는 더욱 의미있고 풍성한 기획으로 승부를 걸었다. 바로 ‘예술’이다.

예술은 사실 영등포 달시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분야. 영등포구에 자리잡은 40개 이상의 (예비) 사회적기업 중 절반 이상이 문화, 생태 분야이고, 예술가들이 밀집한 문래창작촌도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협동, 소비, 건강 등 매달 주제를 선정해 주민들이 더 쉽고 친근하게 사회적경제의 이모저모를 체험하게 했던 달시장 기획팀에서 일찌감치 9월의 주제어를 ‘예술’로 정해 놓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달시장에서 펼쳐질 예술은 기존의 어렵고 다가서기 힘든 그것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참여하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술하는 마을, 달시장’을 구현하기 위해 달시장 기획팀이 연계한 두 팀만 확인해도 차별점이 느껴진다. 무려 14팀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9월 주제마당을 위해 ‘예술장돌뱅이’와 ‘헬로우 문래’ 두 팀이 힘을 합해 주었다. 이 두 팀은 각자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일상이 예술이 되어야 한다, 예술은 대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공적 사명을 추구한다는 것.

이름부터 달시장과 잘 어울리는 ‘예술장돌뱅이’의 작가들은 지역축제나 나눔장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채집해 자신의 작업으로 만든다. 미술관 같은 일방향 전시 방식을 탈피해 직접 일상에 뛰어들어 대중과 마주치며 다양한 연대를 지향한다고. 이미 안양석수시장, 남양주 점프벼룩시장 등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던 ‘예술장돌뱅이’ 팀의 작업 내용은 자못 흥미롭다.

부스를 방문한 이들이 상상하는 나만의 집 이야기를 해주면 그림으로 표현해 주는 김현승 작가의 ‘꿈꾸는 건축사무소’, 의사나 약사처럼 버젓이 가운을 입고 앉아 고민 상담을 해오는 이들에게 진지한 해결방법을 담은 소견서와 달콤한 사탕을 처방해 주는 ‘비폐기물생산자연대’ 팀의 ‘힘찬 도약방’도 재미있다. 이지연 작가가 선보이는 ‘카나페가 얘기하길’이란 프로젝트도 흥미로운데, 참여자들은 부스 가득 차려진 여러 음식 재료 중 그날 자신의 기분에 맞는 카나페를 만들어 먹고 작가에게 자신만의 레시피를 전달한다.

대중과의 만남과 소통을 강조하는 건 또 한 팀, ‘헬로우 문래’도 지지 않는다. 달시장과 함께 같은 영등포 지역에서 열리는 이웃 장터격인 ‘헬로우 문래’는 예술과 대중이 함께 즐기는 직접적 만남의 장, 아트페스타를 지향한다.

철공소와 예술가의 작업실이 공존하는 문래창작촌의 독특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일반인과 예술가들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문화예술 중심의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목적으로 출발한 예술축제. 사회적기업 ‘위누’, 예비 사회적기업 ‘안테나’, 문래창작촌 작가운영위원회, 하자센터와 달시장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팀 ‘방물단’ 등으로 구성된 ‘헬로우 문래’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며 매월 세째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문래창작촌 일대에서 예술작품 전시 및 판매는 물론 공연, 대안공간과 전시 관람 투어, 작가의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번 달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헬로우 문래’의 주요 작가 및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 있다.

주제마당뿐만 아니라 달시장 곳곳에서 사람들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릴레이 공연이 이어지는 축제마당을 주목할 것. 9월에는 이웃 관악구에서 초청된 ‘Hi리듬 어린이 합창단’, 민요 등 한국의 전통 소리를 바탕으로 한 푸근한 선율을 구사하는 팀 ‘소요유’, 클래식, 가요,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관현악으로 재탄생시키는 ‘cl.sky’, 일본 비눗방울 마임 아티스트 오쿠다 마사시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솜씨골목’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직접 염색해 만든 가죽공예품, 소이왁스 캔들, 팔찌 등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 오고가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자센터의 어린이 창의교육사업인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되는 ‘체험골목’은 ‘달시장으로 예술하자’는 큰 주제에 맞게, 기계제작, 실크스크린, 의상 및 직물 제작 등 공예의 원리를 직접 경험해 보는 워크숍들로 채워졌다. 지난해부터 자발성과 실험성을 갖고 활동하는 개인이나 팀의 전시를 다뤄온 하자센터 신관 2층 커뮤니티 갤러리 허브에서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뒤의 울분을 명랑하게(?) 승화시킨 청년작가 박우영의 ‘명랑근황전’을 감상할 수 있다.

달시장에서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왕년에 기타 좀 튕겨본 아저씨의 현란한 손놀림, 마을 합창단에서 갈고 닦은 할머니의 필 충만한 노랫가락, 방과후 학교에서 익힌 초등생의 서툰 리코더 연주는 물론 가족들을 위해 수십년 간 차려온 엄마의 밥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오고 가며 즐기는 마을장터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달시장은 일상의 한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마을의 축제를 지향해 나가려 한다.


서유동 기자